작성일 : 15-12-04 04:11
"천 원짜리 식사에 인정·기운 넘쳐나요"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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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더워서 우째 이 밥을 다 했능교?" "땀띠가 다섯 번 났어요. 다른 사람들 입에 들어갈 밥이니까 했지, 내 밥이면 그렇게 못하지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기운차림식당의 조용희(50) 실장과 식당을 찾은 손님 간의 대화가 정겹다. 1천 원짜리 식사를 제공하는 이곳에는 인정도, 기운도 넘쳐났다.
기운차림식당은 '기운차림 봉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1천 원을 내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9개 곳에 식당이 있으며 지난해 6월 부산에 1호점을 냈다. 기운차림 봉사단은 애초에 무료급식봉사를 하던 이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 이들의 '천 원'은 인간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무료로 급식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하는 것을 보고 봉사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단돈 1천 원이지만 돈을 내고 먹는다는 당당함이 결국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준다는 이야기였다.
조 실장은 "어려운 사람들이 이곳의 밥으로 기운을 차려 세상에 나아가고, 거기서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가게 하는 것이 식당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주로 부전시장의 영세 상인들과 노인들. 리어카에서 뻥튀기를 파는 송영찬(70) 씨는 이곳의 단골이다. "뻥튀기를 몽땅 팔아야 4만 원인데, 요즘은 장사가 잘 안 돼요. 그런데 이렇게 싼 밥집이 있어서 참 반가워요. 맛도 좋고요." 근처서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순임(65) 씨도 "힘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곳"이라며 "식당 이름처럼 저 집 밥 먹고는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이곳의 또 다른 원칙은 100그릇 판매. 주변 다른 식당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11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밖에서 줄을 서 있던 손님들이 순식간에 15석의 자리를 채운다. 그렇게 찾은 손님이 오후 1시쯤이면 100명에 이른다. 50인분 밥솥 두 개가 다 비워지면 '식사 끝'이라는 문패를 내단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시간에만 영업을 하는데, 대개 일주일에 20kg 쌀 포대로 네다섯 포대가 들어간다.
1천 원이 훌쩍 넘는 재료비나 운영비는 일반인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채워지고 있다. 주변 시장 상인들이 가게 앞에 찬거리를 종종 놓아두고 가기도 한다.
형편이 어렵지 않은데도 싼 밥값 때문에 일부러 찾아오는 얌체 손님은 없을까? 조 실장은 특유의 씩씩한 목소리로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종종 식당 취지를 모르고 들어오면, 미안해서 다음에 잘 찾지 않아요. 오히려 밥값을 더 내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릇에 소복이 쌓인 밥이 식당을 찾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송지연 기자·박소영 독자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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